제1부 기초공사: 보이지 않는 자리가 건물의 높이를 정합니다
제1부 기초공사는 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 다섯 권이며, 성경 5부 구조에서 모든 것의 바닥을 놓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이 누구시고 사람이 무엇인지, 구원이 무엇이며 거룩하신 분과 어떻게 함께 사는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위에 올라갈 예순한 권이 이 다섯 권 위에 섭니다.
기초는 완공된 건물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건물이 다 지어지고 나면 기초는 보이지 않습니다. 땅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보이지 않는 자리가 건물의 높이를 정합니다. 기초를 놓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지반을 재는 것입니다. 이 땅이 얼마의 무게를 견디는가. 그 숫자가 나와야 기초의 깊이와 넓이가 정해지고, 기초가 정해져야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는지가 나옵니다. 순서가 반대인 적은 없습니다. 올리고 싶은 높이를 먼저 정해 놓고 기초를 거기에 맞추지는 않습니다.
성경 5부 구조는 66권을 한 채의 건축물로 읽는 틀입니다. 기초공사, 골조 세우기, 실내 장식, 미래의 설계도, 완공과 입주. 다섯 부가 차례로 쌓여 하나의 건물이 됩니다. 그중 제1부 기초공사가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다섯 권입니다.
이 다섯 권을 건너뛰고 신약부터 읽는 분이 많습니다. 읽기 쉽고 은혜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리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약을 읽고 받은 감동이 무엇 위에 서 있는지는, 이 다섯 권을 지나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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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권이 맡은 다섯 가지 일
성경 5부 구조에서 제1부는 다섯 권입니다. 그런데 다섯 권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 현장의 기초 구간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땅을 파고, 바닥을 다지고, 철근을 얽고, 콘크리트를 붓고, 굳기를 기다립니다.
창세기는 빈 종이에 첫 선을 긋습니다. 하나님이 누구시고 사람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어긋났는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어긋난 그 자리에 첫 약속이 놓입니다.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리라는 말씀입니다([창세기 3:15]). 나머지 예순다섯 권은 그 약속이 어떻게 지켜지는가에 관한 기록입니다.
출애굽기는 첫 기둥을 세웁니다. 노예였던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지를 보여 줍니다. 구원이라는 말이 성경에서 처음으로 손에 잡히는 자리입니다. 문설주에 피를 바른 집만 지나갔다는 그 밤이 천오백 년 뒤 유월절 저녁에 다시 나옵니다.
레위기는 사용 설명서입니다. 기초를 놓았으면 그 위에서 사는 법이 있어야 합니다. 거룩하신 분과 죄인이 어떻게 한자리에 있을 수 있는가. 레위기는 그 물음 하나에 스물일곱 장을 씁니다.
민수기는 광야 사십 년입니다. 기초가 놓였다고 건물이 저절로 서지는 않습니다. 애굽에서 나온 세대는 결국 그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기초 위에서 사는 법을 배우는 데 한 세대가 다 걸렸다는 뜻입니다.
신명기는 최종 점검입니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직전, 모세가 도면을 다시 펴 보이며 지나온 전부를 되짚습니다. 자기는 들어가지 못할 땅을 앞에 두고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인수인계입니다.
다섯 권을 따로 놓으면 저마다 다른 책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어 놓으면 한 흐름입니다. 하나님이 누구신지 알리고, 그분의 백성을 만들고, 함께 사는 법을 주고, 그 법대로 사는 훈련을 시키고, 다음 세대에게 넘깁니다. 다섯 권이 그렇게 기초 한 판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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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 번째 책에서 멈추는가
성경 66권은 모두 천백여든아홉 장입니다. 그중 제1부 다섯 권이 백여든일곱 장이니 여섯 분의 일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통독을 포기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이 여섯 분의 일 안에서 책을 덮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거의 언제나 세 번째 책입니다.
창세기는 이야기가 있어 읽힙니다. 출애굽기도 홍해까지는 갑니다. 그런데 레위기에 들어서면 달라집니다. 1장부터 7장까지가 다섯 가지 제사입니다. 번제와 소제와 화목제와 속죄제와 속건제. 11장에서는 먹어도 되는 짐승과 안 되는 짐승을 나누고, 13장과 14장은 피부병 규례에만 두 장을 씁니다. 읽다 보면 내가 지금 이것을 왜 읽고 있는지를 알 수 없어집니다.
그때 대개 자기를 탓합니다. 성의가 부족했다고, 다음에 다시 하겠다고. 그리고 다음이 오지 않습니다.
저는 삼십 년 동안 성경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성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청년 하나가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 다시 성경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또 레위기에서 막혔어요. 왜 이렇게 레위기 넘기가 힘들까요. 건너뛰고 읽어도 될까요. 대충 보니 제사 지내는 법 같은데요.
스물 몇 해를 산 청년이었고 믿은 지는 다섯 해였습니다. 다시 시작했다는 말과 또 막혔다는 말이 한 문장 안에 같이 있었습니다.
기초공사 구간은 원래 그렇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가장 지루한 때가 터를 파는 때입니다. 몇 주가 지나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땅만 파여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직 아무것도 안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구간에서 틀리면 위를 아무리 잘 지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레위기가 그 자리입니다. 눈에 보이는 진척이 없는데, 여기서 정해지는 것이 위에 올라갈 전부를 떠받칩니다. 제사가 무엇인지 모르면 십자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절반만 보입니다.
성경 5부 구조로 보면 그 자리가 어디인지 분명해집니다. 레위기에서 멈추셨다면 잘못 오신 것이 아닙니다. 기초 구간에 들어서신 것입니다.
당신 앞에 펼쳐진 성경 66권이 한 채의 건물로 보이십니까.
그 물음 앞에서 레위기는 건너뛸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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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초 위에 무엇이 올라가는가
기초공사 구간의 마지막에 놓인 것이 성막입니다.
출애굽기 후반부터 레위기 전체가 이 한 천막을 짓고 쓰는 이야기입니다. 널판의 길이와 휘장의 색과 등잔대의 가지 수까지 적혀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적었을까 싶을 만큼 상세합니다.
그런데 모세가 그것을 짓기 전에 들은 말이 있습니다.
너는 삼가 이 산에서 네게 보인 양식대로 할지니라 ([출애굽기 25:40])
지으라고만 하지 않으셨습니다. 본을 보이시고, 그 본대로 지으라 하셨습니다. 성막은 모세가 고안한 것이 아니라 받은 도면대로 옮긴 것입니다. 치수가 그토록 상세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본이 무엇이었는지는 오랜 뒤에 밝혀집니다. 히브리서는 성막을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이자 그림자라 부르면서 바로 이 구절을 인용합니다([히브리서 8:5]). 그리고 그 편지는 이어지는 두 장에 걸쳐, 해마다 반복하던 그 제사가 어느 자리에서 한 번으로 끝났는지를 밝힙니다.
성막이 왜 기초공사의 마지막에 놓였는지도 여기서 보입니다. 성막을 지으라 하시면서 하나님이 밝히신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그들 중에 거하리라([출애굽기 25:8]). 기초를 놓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건물은 사람이 그 안에서 살기 위해 짓습니다. 아무리 깊이 판 기초도, 그 위에서 누군가 살지 않으면 그냥 파인 땅입니다.
그러니 기초공사 다섯 권은 그리스도가 없는 구간이 아닙니다.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랜 뒤에 바울이 이렇게 씁니다.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린도전서 3:11]).
성경 5부 구조의 제2부는 이 기초 위에 골조를 세웁니다. 한 민족의 천 년이 그 위로 올라갑니다.
기초를 다 놓았을 때 아직 벽 하나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위에 올라갈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